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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독서생활

돼지책. 도서리뷰

소심한Oa형 2023. 4. 23.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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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그림과 '돼지책' 대체 뭐지? 근데 그림을 보아하니, 표지만 봐도 짠하다. 등에 업혀 있는 아빠와 아이들 표정과는 상반되게 엄마의 표정은 밝지 않다. 동화책이지만, 엄마에 대한 고생을 이해해 주는 그림책.

 

지은이

글,그림 : 앤서니 브라운

간결하면서도 유머러스한 표현 속에 담은 깊은 주제 의식과 세밀하면서도 이색적인 그림으로 사랑받는 그림책 작가이다. 1976년 [거울 속으로]를 발표하면서 그림책 작가의 길을 걷게 된 그는 [고릴라]와 [동물원]으로 케이스 그린어웨이 상을 두 번 수상하고, 2000년에는 전 세계 어린이책 작가들에게 최고의 영예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받으며 그의 작품성을 세계에 알리게 되었다. 2009년에는 영국도서관협회와 북트러스트에서 주관하는 영국계간 아동문학가로 선정되었다. 국내에서 소개된 책으로는 [돼지책], [우리 엄마], [우리 아빠], [우리 형], [나는 프리다], [넌 나의 우주야], [어니스트의 멋진 하루] 등이 있다. [기분을 말해봐!]는 초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렸다.

책소개

[돼지책]은 유아 그림책으로 분류된다. 앤서니 브라운 도서를 한 번이라도 읽지 않은 아이가 있을까 싶을 만큼 그림책의 거장. 2001년 국내 출간 당시 어린이책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가사 노동 문제, 성 고정관념 문제를 다루며 평단과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군더더기 없는 글, 치밀하게 계산된 화면 구성, 작품 전반에 흐르는 유머와 위트는 진지한 주제를 설득력 있고 쉽게 전달한다. 영국에서 출간된 지 36년, 국내에 소개된 지는 2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감상

분홍색 돼지색깔을 입힌 이 책은 돼지들을 위한 책이라 '돼지책'인가? 제목이 뜻하는 바가 매우 궁금해진다. 제목 뿐 아니라 표지 그림도 심상치 않다. 어두운 표정을 한 엄마와 등에 매달려 행복한 표정을 짓는 남자 셋. 모드 엄마 등에 매달려 있으니 엄마는 힘들 수밖에 없겠다 싶다. 가족 그림과 '돼지책'이라는 제목. 대체 무슨 내용일까 궁금함으로 책장을 열었다.

본격적으로 가정 내에서 엄마(여성)의 위치와 존재에 대한 고민을 다루고 있는 도서. 'OO 씨의 아내', 'OO의 엄마', 'OOO호 아줌마', 그것도 모자라 밥 해 주고, 빨래해 주고, 청소해 주는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 얼굴 없는 여성이 등장한다. '아주 중요한 회사'와 '아주 중요한 학교'에 다니는 한 남자와 두 아들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생활하고, 여성은 엄마와 아내의 몫을 다 짊어지고 고개 숙인 슈퍼우먼으로 살아간다.

어느 날 여성은 행복한 가정을 이루려면 가족 된 자의 몫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근본적인 원칙을 깨우치기 위해 아주 간결한 메모를 남긴다. "너희들은 돼지야." 엄마가 떠난 이후 모두가 예상했듯이 집안은 엉망이 되고, 아빠와 아들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관심 없는 무기력한 돼지의 모습이 되어간다. 그러고 엄마와 아내의 존재를 그리워한다.

절정으로 지나 결말로 치닫는 속도는 무섭게 빠르다. 아빠는 설거지와 다림질을 하고 두 아들은 침대를 정리하고, 그리고 셋은 엄마의 요리를 도우며 재미를 느낀다. 그리고 나서 등장하는 건, 처음 보는 엄마의 또렷하고 환한 얼골, 엄마는 차를 수리하고 다시 한번 웃음을 짓는다. 결말에 논란의 여지는 충분하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즐겁게', '함께'라는 것이다.

페미니즘이라는 용어 자체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자칫, 균형을 잃으면 어린이책의 범주를 벗어나기 쉬운 무거운 주제지만 곳곳에 숨겨놓은 유머러스한 볼거리로 균형을 잡아준다. 그리고 앤서니 브라운 책만의 매력인 그숨은 그림 찾기가 이 책에서도 곳곳에 숨어 있다. 벽난로에 숨겨진 돼지 그림, 돼지 소금병, 돼지 수도꼭지 등등..

 

공동체를 인지하기 시작하는 어린이들과 가족의 화합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는 초보 아빠, 초보 남편들에게 꼭 필요한 도서. 더불어, 남아를 키우는 엄마라면 아들과 꼭 함께 읽어보고 이 책에 대한 생각을 나눠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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