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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독서생활

아무튼 반려병

소심한Oa형 2023. 8. 2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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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여기저기를 둘러보던 중. 

'반려병'이라는 말에 눈이 가서 빌려온 도서.

 

 

지은이

강이람

평범한 직장인. 읽는 것보다 쓰는 것을 더 좋아해서 무턱대고 글을 써대다가 덜컥 문예특기생으로 국문과에 입학했다. 그 덕분인지 글로 먹고사는 웹진기자, 카피라이터로 일하다가 지금은 한 IT회사에서 이터널 블랜딩과 공간 기획 업무를 하고 있다. 가끔 건강하고 자주 아픈 탓에 글 쓰는 속도가 나무늘보처럼 더디지만, 그래서 더 오래오래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소개

아무튼 시리즈가 선택한 서른다섯 번째 주제는 '반려병'이다.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 안에 병이라는 현상이 들어갈 수 있을까?' 고개를 갸웃할 당신에게 저자는 말한다. "내가 좋아서 혹은 의도해서 만든 능동적인 세계가 아닌, 잔병에 의해 만들어진 수동태의 세계가 내 안에 있으며, 누군가의 '아무튼'을 논할 때 이 수동의 세계를 빼놓아서는 안된다"라고. 내가 만든 세계의 '나'는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을 포함하게 때문이다. 아무튼 다음에 '건강'이 아닌 '병'이 자리한 이유다. 

이 책은 하나의 주제로 개인의 소소한 관점이나 취향을 디테일하게 펼쳐 보이면서 그 가치를 재조명하는 시리즈의 장점을 이어가되, 아픔이라는 다소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를 일상의 영역으로 데려온다. 

 

감상

책 주인공처럼 나 역시 잔병치레가 많은 편이었다.

책에서 거론된 것처럼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과 비슷한 별명도 고등학교 때 있었다.

'무균실 공주'라는 별명. 

(왜 공주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때 그 친구들을 다시 소환해 물을 수가 없으니...)

 

늘 "아파"라는 말을 입에 달고 지내다 보니,

나 역시 "또 아파?"라는 말도 많이 듣고,

안 아픈 날이 어디냐고 되묻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 책을 보며 병이라는 것에 살면서 익숙해지는 모습이 나의 모습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 책의 주인공처럼 컨디션이 좋지 않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내일은 어디가 아플지 미리 예측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갑자기 눈이 무척 가려우면 '곧 콧물이 나겠군'하는 생각에 항히스타민제를 먹고,

손이 좀 뻐근하다 싶으면 파스를 붙여 퇴행성관절염 통증을 예방한다.

 

이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좀 보자면,

 

건강이 내게서 멀어질 때 내가 느끼는 감각은 이긴다/진다가 아니라 '견딘다', 혹은 '기다린다'에 가깝다.

마치 장대비가 쏟아지면 가만히 웅크리고 앉아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

 

과거에는 건강을 '질병이 없는 상태'로 정의했다고 한다.

(중략)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의한 건강은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것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중략)

그래서 나는 건강이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자연스러운'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라고 바꾸어 말하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그리고 나이 듦에 따라 아프지 않은 곳이 없을 만큼 아픈 곳이 늘어난다.

직장인에게 연차는 병원 투어의 날이고,

휴일은 누워서 아무것도 안 하고 아픈 심신을 달래는 날이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질병은 없애려고 노력하기보다 반려병이라는 말처럼 평생을 잘 데리고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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